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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나는 나의 사업을 할 수 없었던 사람이였다.

나는 만화가가 꿈이었다.

올해 2021년 내가 사업을 시작한 지 벌써 9년이 되었다. 아직 멀었지만 먹고살만할 정도로 사업은 그럭저럭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나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내가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그냥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조용한 학생이었다. 대학교도 당연히 미대 또는 디자인 관련 학과를 갈 것이라 생각했다.

 

갑자기 어느 날 아버지가 사업을 시작하셨다. 그것도 토목공학 설계 회사를.
만화가가 꿈이었던 나에게 고2에 올라가면서 이과를 선택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꿈이 만화가인데 말이다.

(참고로 이 블로그의 이름인 zookstyle도 고등학교 때 그렸던 학원폭력물 만화 제목인 zook에서 파생된 것이다. 그때는 학원폭력물 만화가 유행하던 때라 영어사전 Z편을 펼쳐서 있어 보이는 단어로 제목을 지었다.)

 

이과로 선택을 했으니 당연히 공부는 하기가 싫었다. 밤늦게까지 만화를 몰래 그리는 게 생활이었다. 그리고 무려 삼수를 해서 대학을 간신히 들어갔다. 전공은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는다는 명목으로 토목공학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자연스럽게 만화가의 꿈은 접은 상태였다.

 

춤만 추던 대학생

다시 중고등학교 때로 돌아가서,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듀스가 가요계를 씹어먹던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던 나는 춤에 관심이 있었다. 그렇다 나는 관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춤을 잘 추는 친구들을 구경하는 선에서 만족했다. (물론 집에서 되지도 않는 토끼춤을 연습했지만)

 

대학에 들어간 후에, 토목공학 공부는 너무 하기 싫었다. 학교를 어슬렁거리다가 춤 동아리 모집 전단지를 발견했고 그렇게 대학 시절을 춤만 추며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렇게 철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도 졸업만 대충 해도 아버지 회사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니 얼마나 나태하게 살기 좋은 환경인가.

 

참고로 나는 토목공학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데, 학문에 뜻이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고 그냥 학교생활하며 더 놀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한 철부지였다. 삼수에 늦은 군대에 대학원까지 다녔으니 대학원을 졸업할 때가 막 30대를 넘은 상태였다.

 

여기까지만 봐도 내가 얼마나 생각 없이 막 살아온 인간인지 알 수 있다.

 

집이 망했다.

그런데 30대 중반이 되었을 때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아버지 회사가 망한 것이다. 아주 집안이 거덜 날 정도로 제대로 망했다. 아주 제대로. 집안에 망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토목계에서 나의 평판은 실력도 없는데 아버지 빽만 믿고 설치는 못난 황태자 같은 이미지였다. 그런 놈이 빽이 없어졌으니 주변 사람들이 아주 속이 시원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뭐라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를 바라봐도 속이 시원했을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토목 설계 쪽에서 일을 계속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회사를 다니면서 실무도 설렁설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토목공학을 싫어했다.

 

사업 시작하고 1년 후에 얻은 사무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이 바로 나의 사업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어떻게 아직까지 내 인생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요즘 그것을 다시 되새김질하면서 인생을 되돌아보는 중이다. 대학생 때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 전공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시각디자인 공부를 하고, 프리랜서로 웹디자인 일이나 쇼핑몰 사진 촬영 등을 했던 것이 사업 초반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원동력은 모든 것이 없어진 상황이었다.

 

아버지의 사업이 망했던 그때. 바로 그 때 나에겐 부족함과 절실함이 생겼다. 아버지 빽이 없어졌고 경제적으로 궁핍해졌고 전공 실력은 형편 없었다. 취직할 수 있는 무기는 어설픈 디자인 밖에 없었다. 게다가 나이도 30대 중반이였다. 지금 사장이 된 입장에서 그 때 내가 입사지원을 해도 채용할 이유는 단 한 가지도 없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절실한 사람이다. 너무나도 절실해서 모든 것을 걸고 달려드는 사람. 그런 사람은 사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잘할 수 있다. 생존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미친 듯이 흡수하기 때문에 성장 속도도 빠르다.

 

부모님이 물려준 것이 없다고, 재능이 없다고, 불평하지 마라. 없는 것이 곧 재산이다. 잃을 게 없는 놈이 제일 무서운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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