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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

클래식 면도기 추천하지 않는 이유. Boker Deluxe Razor Set : Deluxe Razor Set

클래식 면도기는 요즘 나오는 면도기에 비하면 정말 성능이 좋지 않다. 요즘 편의점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는 4중날, 5중날 면도기에 비하면 정말 안 좋다. 면도하다가 턱선을 베이는 일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2018년에 구매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왜 그럴까?

 

 

클래식 면도기 그 놈의 감성

내가 구매한 클래식 면도기는 Boker Deluxe Razor Set : Deluxe Razor Set 이다. 펀샵에서 판매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다. 딱 봐도 간지가 좔좔 흐른다. 쉐이빙 비누를 담는 통, 부드러워 보이는 쉐이빙 폼 브러쉬, 묵직해 보이는 클래식 면도기 그리고 크롬으로 마감된 클래식 면도기 세트는 그 자체만으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그래서 클래식 면도기 성능은?

잔뜩 기대를 품고 클래식 면도기로 처음 면도했던 날이 생각난다. 면도기를 분해하여 날을 조립하고, 함께 구매했던 쉐이빙 전용 비누로 잔뜩 거품을 냈다. 그리고 면도기로 턱 아래 쪽을 면도하듯이 쓰윽 미는 순간. 정말로 '턱' 하고 걸린다. 그리고 면도날에 베였다.

아...C8

당연히 욕부터 나온다. 그리고 밀려오는 엄청난 실망감. 면도를 하면 할수록 수염에 턱턱 걸린다. 내가 생각했던 그 면도 행위를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 달동안 그 면도기는 그냥 인테리어 소품으로 화장실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쁜 칫솔 옆에.

 

 

클래식 면도기 사용법

그렇게 한달 정도 지났을까. 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저 이쁜 쓰레기를 다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튜브를 검색하자 클래식 면도기에 대한 수많은 영상들이 쏟아졌다. (그 당시엔 대부분 해외 영상이었다.)

클래식 면도기를 사용할 때 대표적으로 짧은 면도질(Short Stroke), 긴 면도질(Long Stroke)이 있고 턱선 같은 엣지 부분을 면도할 때 사용방법, 면도날의 변경 주기 등등 정말 많은 정보들이 입력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다시 클래식 면도기 앞에 서서 도전할 준비를 했다.

 

내가 구매했던 쉐이빙 비누는 윤활력이 부족하다 생각되어 기존에 사용하던 쉐이빙 폼을 사용했다. 그리고 영상에서 본 것처럼 짧은 면도질과 긴 면도질을 부위 별로 적용하며 면도를 마쳤다. 확실 처음보다는 불편하지 않았고 큰 상처 없이(?) 무사히 두 번째 클래식 면도기로 면도를 마쳤다.

 

결과는 여전히 군데군데 난 피를 흘리고 있었다... -_-

 

그래서 지금은?

2018년 처음 클래식 면도기를 도전한 이후로 지금까지 클래식 면도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 불편한 면도기를 나는 왜 사용하고 있을까?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봤다. 결론은 아주 간단하다. 클래식이 가져다주는 불편함에서 오는 만족감 때문이다.

불편함에서 오는 만족감.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겠지만 클래식 면도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사용하기 정말 불편하다. 일반적인 면도기처럼 날을 버튼 하나로 바꿔 끼우는 것이 아니라, 면도날을 교체하기 위해서 머리 부분을 돌려서 분해하여 그 사이에 면도날을 교체해줘야 한다. 그리고 면도하기 전에 어느 정도 따듯한 물로 면도기를 데워줘야 부드럽게 면도를 할 수 있다. 쉐이빙 비누로 거품을 내는 과정 또한 불편하다.

 

모든 것이 불편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중후함을 가득 품고 있는 클래식 면도기로 면도를 할 때면 그 불편하고 긴 시간의 준비 과정 때문에 나를 가꾼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정말로 그 하나하나의 과정들이 나를 위한 시간이기 때문에 면도를 하면 할수록 만족감이 이상하게 올라갔다.

 

그리고 이 불편한 만족감 외에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면도날 유지비가 정말 적게 든다. ^__^

 

 

클래식 면도기를 사용하는 날은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날에 사용하고 있다. 평일에는 아침 준비하기 바빠서 그냥 전기면도기로 훅 밀어버리고 만다. 클래식 면도기를 사용해보면 왜 아직도 해외에 수많은 장인들이 나무를 수작업으로 깎아서 손잡이를 만들고, 브러쉬 털을 하나하나  손질해가며 작업하는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클래식 면도기는 불편함에서 오는 만족감이 정말 크다.